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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유니콘에 투자한 VC의 삽질 회고 — EP.4: 그래서 지금은 뭘 하고 있는가

만드는 것을 멈추진 않았다. 다만 순서가 바뀌었다. 먼저 이야기하고, 사람이 오고, 도구를 써보고 있다.

📚 시리즈: 유니콘에 투자한 VC의 삽질 회고

  1. 5개 만들고 배운 것: 순서가 전부 틀렸다
  2. AI가 만드는 비용을 0으로 만들었을 때 남는 것
  3. 서비스별 실패 부검 - 숫자 공개
  4. 그래서 지금은 뭘 하고 있는가 ← 현재 글

지난 세 편에 걸쳐 서비스를 만들고 실패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순서가 틀렸다는 것, 만드는 비용이 0이 되어도 판단의 문제는 남는다는 것, 그리고 각 서비스의 GA4 숫자까지 공개했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뭘 하고 있는가.


만드는 것을 멈추진 않았다

전부 안 됐으니까 만드는 걸 그만뒀느냐.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만들고 있습니다. 캡테이블 계산기, 투자 시뮬레이터, 프롬프트 도구, 카드뉴스 생성기, LinkedIn 분석 대시보드. 다만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앞의 서비스들은 “이거 재밌겠다, 만들어보자”에서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먼저였고 사용자는 나중이었습니다. 이후에 만든 것들은 대부분 “내가 실제로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캡테이블 계산기는 투자 업무를 하면서 매번 엑셀을 만들기 귀찮아서 만든 겁니다. LinkedIn 분석 대시보드는 이 시리즈를 쓰면서 어떤 글이 반응이 좋은지 보고 싶어서 만든 겁니다.

그리고 만든 것들을 yoongjae.com에 계속 아카이빙하기 시작했습니다. 흩어져 있던 도구와 글을 한 곳에 모았습니다.


달라진 것 한 가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시리즈 자체가 그 실험입니다. 만들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겠다고 했던 것. 실패를 숨기지 않고 공개하겠다고 했던 것. LinkedIn뿐 아니라 Threads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빌더로서 만들고 실패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혹시 스레드하시는 분들은 yj.builder 를 추가해주세요 😉 )


작은 신호

아직 초기입니다. 하지만 신호는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yoongjae.com GA4 보고서 개요 - 활성 사용자 259명, 인기 페이지별 조회수와 이탈률

yoongjae.com 활성 사용자 259명. 실패한 서비스들의 숫자와 비교하면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봇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투자 못 받는 시뮬레이터”가 108명, 이탈률 46.7%로 절반 이상의 사람이 실제로 써봤다는 것. Writing 페이지 이탈률은 4.0%입니다. 글을 읽으러 온 사람이 다른 글도 읽고 있다는 뜻입니다.

yoongjae.com GA4 유입 경로 - Threads, LinkedIn 등 매체별 활성 사용자 및 신규/재방문자 추이

유입 경로를 보면, Threads에서의 유입이 가장 많습니다. LinkedIn보다도 많습니다. 몇 주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채널입니다. 재방문자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숫자가 아닌 건 압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서비스를 만들어놓고 “사람이 왜 안 올까”를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사람이 오고, 그 사람들이 도구를 써보고 있습니다. 아직 작지만,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10년간 투자만 한 사람이 빌더로 살아남으려면

4편의 시리즈를 쓰면서 정리된 생각이 있습니다.

투자자 시절의 경험은 자산이 맞습니다. 수백 개의 회사를 보면서 쌓인 패턴 인식, 시장을 구조적으로 보는 눈. 이건 AI가 만드는 비용을 0으로 만들어도 대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자산을 “내 것”에 적용하는 건 별도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남의 회사를 볼 때의 냉정함을 내 서비스에도 적용하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 완성된 답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투자자 시절에는 포트폴리오의 몇 개만 잘 되면 성공이었습니다. 빌더는 다릅니다.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입니다. 오늘 뭘 만들지, 내일 뭘 멈출지, 누구와 이야기할지.

저는 아직 이 과정의 초입에 있습니다. 정답을 찾은 게 아니라, 질문을 바꾼 것뿐입니다.

“뭘 만들까?”에서 “누구와 이야기할까?”로.


이 시리즈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만들고, 실패하고, 기록하겠습니다. “삽질 회고”라는 이름에 걸맞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분, 또는 걷기를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편하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유니콘에 투자한 VC의 삽질 회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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