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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유니콘에 투자한 VC의 삽질 회고 — EP.3: 서비스별 실패 부검 - 숫자 공개

5개 서비스의 Google Analytics 지표를 전부 공개합니다. 342명이 왔는데 전부 봇이었던 서비스부터, 유일하게 사람이 머문 서비스까지.

📚 시리즈: 유니콘에 투자한 VC의 삽질 회고

  1. 5개 만들고 배운 것: 순서가 전부 틀렸다
  2. AI가 만드는 비용을 0으로 만들었을 때 남는 것
  3. 서비스별 실패 부검 - 숫자 공개 ← 현재 글
  4. 그래서 지금은 뭘 하고 있는가

지난 두 편에서 순서가 틀렸다는 것, 그리고 만드는 비용이 0이 되어도 판단의 문제는 남는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숫자를 공개합니다. 연휴를 맞아 제가 만든 서비스들의 Google Analytics 지표를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솔직히 공개하기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래서 더 공유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GPT vs Gemi - 342명이 왔는데 전부 봇이었다

가장 먼저 만든 서비스입니다. ChatGPT와 Gemini의 답변을 나란히 비교해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활성 사용자 342명.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 사람들이 오네?”

체류시간을 보고 정신이 들었습니다. 4초. 이탈률 90.6%. 런칭 직후 미국에서 봇 접속이 수백 건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342라는 숫자에 잠깐 설렜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AI 비교 서비스는 이미 수십 개가 있었습니다. 굳이 제 사이트를 찾아올 이유가 없었습니다.


SoulFile - 유일하게 사람이 머문 서비스

사주 기반 운명 분석 서비스입니다. 한국에서 사주/운세는 항상 수요가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활성 사용자 65명. 체류시간 2분 42초. 압도적 1위입니다.

들어온 사람은 실제로 사주를 입력하고, 결과를 끝까지 읽었습니다. 제품 자체는 작동한 겁니다. 하지만 시장에 내 서비스를 노출시키고 딜리버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해외 사용자도 타겟해봤는데 더 어려웠습니다. 한국에서도 못 알리는 서비스를 해외에서 알릴 수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재방문은 0입니다. 사주 결과를 한 번 받으면 다시 올 이유가 없습니다.


FoundersBrain - 내가 제일 좋아한 서비스

YC Startup School 25개 영상을 학습시킨 AI 챗봇입니다. 5개 중 제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서비스입니다. 실제로 제가 쓰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활성 사용자 71명. 체류시간 16초. 랜딩 페이지를 보고 나간 겁니다. 챗봇까지 도달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좋아한다는 것과 세상이 필요로 한다는 것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멀었습니다.


Dear My Kids - 내 아이 사진을 올릴 수 있겠습니까

아이 사진을 올리면 AI가 우주비행사, 운동선수, 의사 등 장래희망 모습으로 변환해주는 서비스입니다. Product Hunt에도 런칭했습니다.

활성 사용자 126명. 체류시간 29초.

이 서비스의 실패 원인을 Product Hunt 채널 미스매치로 분석했었는데, 돌이켜보면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내 아이의 사진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서비스에 올릴 수 있겠습니까.

저라도 안 올립니다. 아이 사진은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입니다. 이걸 맡기려면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도 없고, 운영 주체도 불분명하고, 보안 인증도 없는 사이트에 내 아이 사진을 업로드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였습니다.


확실했던 한 가지

실패의 원인은 서비스마다 달랐습니다. 차별화 부재, 노출의 어려움, 일회성 구조, 신뢰 부족.

하지만 공통적으로 확실했던 건 하나입니다. 사용자의 반응을 얻는 것은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 아마 바이브 코딩의 확산으로 어느때보다 많은 분들이 서비스를 생산하면서, 대다수가 같이 겪고 있는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에 말씀드린 제 서비스들은 전부 방치 상태입니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이 경험을 다음에 쓰려고 합니다.

다음 글,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는 “그래서 지금은 뭘 하고 있는가”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편하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다음 편: 유니콘에 투자한 VC의 삽질 회고 — EP.4: 그래서 지금은 뭘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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